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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솔 카페 문화, 키프리오트 커피와 프라페 입문

· 10 min read · Editor: Londa Concierge Team

키프로스에서의 하루를 가장 천천히 만드는 음료가 있다면 단연 커피입니다. 그것도 한 잔을 한 시간 넘게 음미하는 키프로스식 커피 한 잔. 이 섬에서 커피는 단순한 카페인이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작은 선언과 같습니다.

리마솔의 카페에서 처음 메뉴를 받았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이 글에서는 키프로스 카페 문화의 두 축인 전통 키프리오트 커피와 여름의 상수인 프라페(Frappe)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카페니온, 카페 이전의 카페

현대적인 카페가 등장하기 전부터 키프로스 마을 곳곳에는 카페니온(Kafeneio)이 있었습니다. 작은 광장 한 모퉁이의 두세 개 테이블이 전부인 작은 공간으로, 동네 어른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읽고 백개먼을 두는 사교의 중심지였습니다.

카페니온의 핵심은 빠른 회전이 아니라 머무는 시간입니다. 한 잔의 커피를 한 시간씩 마시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며, 음료 한 잔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앉아 있을 권리를 사는 셈입니다. 이 결은 현대 카페에도 그대로 이어졌고, 리마솔의 카페에서도 한 자리에서 두세 시간을 보내는 손님을 보는 것은 매우 흔한 풍경입니다.

키프리오트 커피, 작은 잔의 깊이

키프리오트 커피의 주문 방식

키프리오트 커피는 그리스식 커피와 거의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곱게 간 원두를 브리키(briki)라 부르는 작고 손잡이가 긴 동제 주전자에 물과 함께 넣고 천천히 끓여낸 뒤, 작은 잔에 그대로 부어 내는 형식입니다. 키프로스 식문화 안에서 커피와 음료가 어떤 자리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큰 흐름은 키프로스 메일의 식문화 역사 기사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커피 위에는 카이마키(kaimaki)라 부르는 두툼한 거품이 올라오고, 잔 바닥에는 가루가 가라앉습니다. 이 가루는 마시지 않고 남기는 것이 정석이며, 마지막 한 모금이 가루에 닿기 시작했다면 거기서 멈추는 것이 매너입니다.

주문할 때는 단맛 정도를 미리 정해야 합니다. 스케토(sketo)는 무가당, 메트리오(metrio)는 가볍게 단맛, 글리코(glyko)는 강한 단맛을 의미합니다. 처음 마시는 분이라면 메트리오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무난합니다. 우유는 전통적으로 넣지 않으므로, 우유를 원한다면 처음부터 라테나 카푸치노를 주문하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커피와 함께 나오는 것들

좋은 카페니온이나 전통적인 카페에서는 키프리오트 커피와 함께 작은 잔의 생수가 함께 나옵니다. 진한 커피의 한 모금 사이에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입안을 정리하는 것이 정통입니다.

달콤한 곁들임도 빠지지 않습니다. 작은 한 입 크기의 루쿠미(loukoumi), 파클라바(baklava) 한 조각, 또는 시럽에 잰 과일인 글리코 투 쿠탈리우(glyko tou koutaliou)가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 작은 양이라 부담이 적고, 진한 커피의 마무리로 잘 어울립니다.

커피 잔 점, 카페만데이아

키프리오트 커피의 작은 의례 중 하나가 잔 점입니다. 커피를 다 마신 뒤 잔을 받침 위에 엎어두고 잠시 기다리면 가루가 잔 안쪽 벽에 흘러내리며 무늬를 만듭니다. 이 무늬를 해석해 운세나 미래를 점치는 전통이 카페만데이아(kafemandeia)이며, 가족 모임이나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 가벼운 농담처럼 즐기는 의식입니다.

여행자가 정식으로 잔 점을 경험할 기회는 흔치 않지만, 키프로스 가정에 초대를 받거나 작은 카페니온에서 단골이 되면 자연스럽게 권유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확한 미래 예측을 기대하기보다 그 자리에 함께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즐기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프라페, 여름의 가장 정직한 상수

한여름의 키프로스에서 카페 테이블에 가장 많이 놓이는 음료는 단연 프라페입니다. 인스턴트 커피를 차가운 물과 함께 셰이커로 흔들어 거품을 풍성하게 낸 뒤, 얼음 위에 부어 내는 이 차가운 커피는 1957년 그리스 테살로니키에서 우연히 탄생해 지중해 동부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그 우연한 탄생의 디테일과 이후 프라페가 그리스 카페 문화의 상징이 된 흐름은 그릭 리포터의 프라페 역사 기사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프라페 주문의 작은 매뉴얼

프라페를 주문할 때도 단맛 정도를 정해야 합니다. 스케토는 무가당, 메트리오는 가벼운 단맛, 글리코는 강한 단맛이며, 우유 여부도 함께 정해야 합니다. 메 갈라(me gala)는 우유를 더한 형태, 코리스 갈라(choris gala)는 우유 없이 마시는 형태입니다.

가장 클래식한 조합은 메트리오 메 갈라입니다. 적당한 단맛과 부드러운 결의 우유가 한낮의 더위에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키프로스 어르신들 중에는 농축 우유(evaporated milk)를 넣은 클래식 버전을 선호하는 분도 많아, 일부 전통 카페에서는 일반 우유와 농축 우유 중 선택할 수 있게 해두기도 합니다.

프라페가 카페에 머무는 의미

프라페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머무는 시간의 길이를 나타내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키프로스에서 프라페를 주문하는 것은 곧 한 시간 이상 그 자리에 머물 의향을 표한 것입니다. 자판 카페가 아닌 진짜 카페니온에서 프라페를 시킨 뒤 30분 만에 자리를 뜨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프라페는 풍성한 거품 위에 빨대를 꽂은 채로 천천히 마시는 것이 정석입니다. 거품이 거의 사라질 때쯤 잔 바닥에 가까워지면, 이미 한 시간 가까이가 흘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레도 에스프레소와 프레도 카푸치노

최근 키프로스의 카페에서는 프레도(Freddo) 시리즈가 프라페만큼 자리를 잡았습니다. 프레도 에스프레소는 더블 에스프레소를 얼음과 함께 셰이커로 흔들어 거품을 낸 차가운 커피이며, 프레도 카푸치노는 그 위에 차가운 우유 거품을 얹은 형태입니다.

인스턴트 베이스의 프라페보다 본격적인 커피 베이스라는 점에서 스페셜티 커피에 익숙한 분들이 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메뉴입니다. 한낮의 더위 속에서 부드러운 우유 거품과 진한 에스프레소가 만들어내는 결은 키프로스 카페 문화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리마솔에서 카페 한 시간을 보내는 법

리마솔의 카페는 크게 세 갈래입니다. 올드타운 안쪽의 좁은 골목 카페, 마리나 안의 부두 카페, 그리고 해변 산책로의 야외 카페입니다.

아침에 가장 어울리는 곳은 올드타운의 작은 카페입니다. 좁은 골목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간에 키프리오트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여는 동선이 가장 정통입니다. 오후에는 마리나의 카페가 어울립니다. 요트 풍경을 곁들인 프레도 카푸치노 한 잔으로 한낮의 더위를 피하는 시간이 자연스럽습니다. 저녁이 가까워질 때쯤에는 해변 산책로의 야외 카페가 가장 빛납니다. 일몰을 보며 프라페 한 잔을 천천히 마시는 시간은 리마솔의 가장 정직한 풍경 중 하나입니다.

천천히 마시는 한 잔이 만들어주는 시간

키프로스에서 카페 문화는 결국 시간에 대한 다른 사고방식입니다. 빠르게 마시고 다음 일정을 향해 떠나는 음료가 아니라, 그 자리에 머무는 그 시간 자체가 목적인 음료. 그래서 키프로스에서 카페에 앉아 있는 시간은 다른 어떤 일정보다 휴양의 본질에 가깝습니다.

혼자 마시는 한 잔과 함께 마시는 한 잔

카페 문화의 진짜 매력은 동행에 따라 결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혼자 마시는 한 잔이라면 책 한 권을 곁들이고 천천히 광장의 사람들을 관찰하는 시간이 자연스럽습니다. 함께 마시는 한 잔이라면 진한 대화의 매개체가 되며, 두세 시간이 어느새 흘러가는 것도 일상입니다.

키프리오트 사람들에게 카페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사회적 의식에 가깝습니다. 큰 결정이 필요한 가족 회의도 카페니온에서 이루어지고, 오래된 친구와의 재회도 카페에서 시작됩니다. 여행자가 이 결을 잠시나마 빌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됩니다.

한국과 다른 작은 디테일

한국의 카페에 익숙한 분들이 처음 키프로스 카페에서 당황할 수 있는 작은 디테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셀프 서비스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직원이 자리로 와서 주문을 받고, 결제도 떠나기 직전에 자리에서 진행합니다. 둘째는 와이파이가 모든 카페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작은 카페니온일수록 와이파이가 없을 가능성이 높으니, 작업이 필요하다면 사전에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번 키프로스에서 카페에 들어선다면 메뉴를 빠르게 정하지 말고, 다른 손님들이 마시고 있는 잔을 한 번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거품이 풍성한 잔이 많다면 프라페, 작은 잔이 많다면 키프리오트 커피가 어울리는 시간대입니다. 좋은 카페 한 시간은 좋은 관광지 두 곳 못지않은 기억을 남깁니다.

지중해 호스피탈리티의 또 다른 결은 지중해식 조식 문화 가이드로 이어집니다. 카페와 함께 키프로스 식문화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글입니다.